[카프라이야기]

여러 번의 무너짐.
그 속에서 얻은 여러 가지 방법들...
장소의 변경 등...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유아들..

하지만, 카프라 탑은 이 유아들에게 또 다시 무너짐이라는 작은 시련을 주고 말았습니다.

성공할 것이라 굳게 믿었던 우리들에게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만을 남기고 몸을 넘어뜨려버린 카프라 탑.

하지만, 이 때 무너진건 카프라 탑 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유아들의 노력과 시간, 의욕 모두를 함께 넘어뜨렸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도 그 자리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활동하던 자리에 유아들의 온기조차 느낄 수 없습니다.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 싸움일까?
교사가 아니라 한 명의 활동에 동참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카프라를 쌓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한 명의 유아가 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한 동안 저의 활동을 조용히 지켜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말 없이 하나씩 하나씩 카프라를 쌓는 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활동은 전개되었고, 금새 카프라 탑은 유아보다 높아졌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카프라를 주워주는 역할을 맡았고, 유아가 쌓을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첫 번째 장애물인 높아진 탑의 높이는 의자를 밟고 올라감으로서 해결하였고, 두 번째 장애물(벽에 있는 그림판)에서 잠시 활동을 멈췄습니다.

유아: 드디어 왔다. 어떻게 할까요?
T: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음~~
유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유아는 좋은 방법이 있다며 카프라를 올려 놓았습니다.
유아: 아니예요. 붙여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더 튼튼할 것 같아요.
여러 번의 실패와 경험으로 유아는 카프라가 벽면 또는 물체에 면이 붙어있으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카프라 탑의 모양이 삐뚤어졌지만, 지금까지와 다른점은 삐뚤어진 부분도 삐뚤어진 모양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탑을 쌓아올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늘 걱정했던 장애물도 생각보다는 쉽게 해결되어 유아의 표정도 밝았으며, 그 표정에서 또 다른 의욕과 성공의 희망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