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놀이-나만의가게 ( 2017년09월3째 주)
# 사고싶은 게 너무 많아
마침내 그간 스티커 하나 사지 않고 “절약해서 모으기” 방법을 사용한 친구들이 가장 먼저 꽃을 샀습니다. “이제 돈 하나도 없어요.” “괜찮아요. 또 모으면 되요.” 잔고는 0이지만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꽃 뿐 아니라 더욱 매력적인 상품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어린이들은 오늘 작은 물건에 돈을 쓸 것인지, 며칠간 참고 원하는 물건을 살 것인지 고민하며 늘 가게 앞을 서성입니다. 이와 동시에 구슬 영역의 친구들이 자신들이 구슬로 만든 예쁜 악세사리를 가게에서 팔도록 기부하면서 사고 싶은 욕구와 한정된 재화 사이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덩달아 돈을 모으느라 굳은 햇살반의 경제상황에 대한 교사의 고민도 늘어납니다.# 나만의 가게
“사고 싶은 게 많은데 돈이 없어서 힘들어요.” “맞아요. 돈 더 많이 주면 안되요?”
무작정 돈을 모으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들의 첫 제안은 주어지는 돈의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매력적인 활동을 위해 설정된 한계이기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가게 만들어서 돈 벌어도 되요?”
며칠 후 아이들이 한 두 번째 제안은 나만의 가게를 만들어 스스로 재화를 생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돈을 번다”는 점만 강화되고 “돈에 대한 갈망”만이 두드러지게 보일 것에 대한 염려가 있지만 가게놀이에서 공급의 역할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않을까요?
허락을 받은 후 몇몇 아이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나만의 가게놀이를 시작합니다.
“물건 사세요~ 예쁜 물건이 많아요~” 하지만 각자 놀이에 바빠 손님들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내가 만든 목걸이 소개할래요.” 공유시간을 앞두고 자신의 가게를 차린 친구가 제안하자 각각의 가게 주인들이 모두 가게를 소개하기 위해 나섭니다.
“나는 목걸이랑 팔찌 만들었는데 15햇살이라서 진짜 싸.” “내 목걸이는 패턴(반복)이 있어서 예뻐” “내가 만든 자동차는 하늘을 날 수 있어. 날개가 있어서.”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해 다른 가게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격, 모양, 특징)를 소개하며 정성껏 홍보를 하자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집니다. 그 후 매일 아침 10시부터 하원할 때까지 아이들의 가게는 틈틈이 “특별한 수공예 상품”을 사고 파는 장이 되어 햇살반의 경제활동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가게놀이는 선생님의 손을 떠나 점차 어린이들의 문화를 드러내는 자립된 놀이가 되어갑니다.
#가게놀이에 익숙해지며 모든 것이 주고받을 수 있는 가치로 여겨집니다. “야~ 풀잎반 떡만들었대.” “맛있겠다~” “동생들한테 떡 팔라고 하면 좋겠다.” “맞아. 우리가 돈 주고 사고 동생들도 햇살가게 와서 물건 사라고 하면 되잖아.” 동생반의 요리활동이 있는 날, 고소한 떡냄새에 끌린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냅니다. 한 친구가 용감하게 동생반을 찾아가 햇살돈으로 떡을 사는데 성공하자 모두 돈을 모아 모든 반에서 떡을 사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동생반에게 건넨 햇살돈은 어떻게 쓰이게 될까요? 교실을 넘어선 경제놀이는 우리에게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