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안녕&새로운구성놀이매체&유치원과담쟁이 ( 2017년11월3째 주)
#자연으로 돌려보내주고 싶었지만 날아가지 않았던 나비는 다음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잠을 자는 것 같아.” “아냐... 살짝 만져봤는데 하나도 안 움직여. 죽은 것 같아.” “배고파서 죽었나?”
아이들은 잠깐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이내 나비의 존재를 아예 잊은 듯 다른 놀이에 집중합니다. 어린이들이 장시간에 걸쳐 나비가 된 애벌레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교사들은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명이라는 주제를 다루기엔 너무 이른 것일까요? 나비가 너무나도 작아 슬픔의 크기조차 작은 것일까요?
“묻어줘요. 불쌍하니까.” “무덤 만들어 줘요.”
다소 무덤덤한 듯한 아이들의 어투에서 작은 생물의 죽음에 대한 아이들의 경험이 사실 어른이 생각하는 “죽음”의 무게와는 다름을 봅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어른의 예상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계, 그 관점이 어른과 다름을 이해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연 어른들이 느끼는 바,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만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다만 우리가 함께 해 온 나비에 대한 마지막 배려로서 나비를 묻어주기로 합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개인적 경험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의 기다림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실을 감을 때 쓰는 콘은 특유의 모양과 단단함으로 첫 만남부터 햇살반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종이컵처럼 쌓기부터 할 것이라는 교사의 예상과는 달리 길게 이어보고 확성기처럼 소리를 모으거나 증폭시켜 보는 등 아이들은 다채롭게 콘을 탐색합니다.
한쪽이 좁은 가파른 고깔모양을 하고 있는 콘은 굴리면 휘어서 진행하고, 쌓으면 다소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예측이 어렵고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오히려 콘은 아이들로부터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고, 더 집중하고 몰입하게 만들며, 힘을 합치도록 유도하며, 약간의 어려움과 실패는 아이들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소리 내면 집중이 안 돼서 잘 못 쌓아.” “하루 종일 이것만 했으면 좋겠어요. 자꾸 쓰러지니까 시간이 오래 걸려요.” “우리가 이걸 잘 하려면 뭔가 방법이 있어야 되는데?” “아~ 너무 어렵다!” “또 하자!”
아이들은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습니다.#햇살반에게 담쟁이는...
다가오는 음악회에 담고 싶은 햇살반의 이야기를 정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담쟁이”였습니다. 여러 계절을 지나는 동안 함께 해 온 담쟁이는 햇살반에게 하나의 의미가 된 듯 합니다.
“담쟁이가 색깔이 변하니까 신기해” “담쟁이가 생기고 떨어지는 것도 신기해” “담쟁이가 없어지면 거기서 다시 생기는 것 같아.” “담쟁이는 너무 예뻐.” “담쟁이가 만약에 없으면 한림 유치원이 허전했을 것 같아.” “담쟁이로는 그림도 만들고, 놀이도 할 수 있잖아.” “담쟁이도 우리처럼 한림유치원 친구야.”
담쟁이를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림유치원의 일원으로 여기기에 쌀쌀한 바람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담쟁이를 그리는 햇살반의 마음은 식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