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음악회&가게놀이로 맺는 또래관계 ( 2017년11월4째 주)
# 가을을 만끽하느라 잠시 쉬어가는 듯 했던 가게놀이는 수에 더 민감해질 수 있는 단추 화폐를 만나 다시 아이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지금 가게놀이를 해도 되냐고 묻고 틈마다 놀이합니다.
“야, 내 돈 진짜 많지?” “주머니가 가득 차면 좋겠다~ 내 물건 왜 안 팔리지?” “내 꺼는 다 팔렸어!”
아이들의 놀이를 들여다보면 추상적인 돈 대신 주어진 낱개의 돈(단추1개=1햇살)을 많이 모으고자하는 바람과 더불어 “내 가게의 번창”에 대한 바람이 크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더 인기 있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도 고심하며 물건을 만들어오기도 하고 인기가 좋은 친구의 물건을 모방하여 만들기도 합니다. 마치 지난번 자동차와 패턴을 가진 팔찌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티커(그림), 종이비행기의 유행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물건을 파는 와중에도 바로 옆에서 그림을 그려 상품을 제작하는 열성을 보입니다.
수개념에 무게를 싣고 있던 가게놀이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서로에게 더 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왜 내 물건은 안 사고 OO꺼만 사? 내가 속상하잖아.” “아니~ 돈이 부족해서 다 못사니까 그렇지.” “너도 그러면 물건 팔아서 내꺼도 사고 다 사면 되잖아. 한 사람꺼만 사면 다른 사람은 속상하다고!”
아이들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아이들이 단순히 사고 파는 과정으로 가게놀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주고 받는 과정이자 인기의 척도로서 가게놀이를 활용함을 보게 됩니다. 이렇듯 이 시기 아이들에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래 친구와의 상호작용과 성공경험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유아기를 지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존중감을 쌓고 수정해가는 시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의 비밀 이야기가 생기고, 우리만의 게임이나 약속 등의 독자적인 유행과 문화를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가게놀이에서 나의 가게를 운영하고, 다른 친구들의 구입을 통해 인정받는 것은 그래서 이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됩니다.
“오늘은 내가 살테니까 내일은 니가 사줘.” “조금 싸게 해주면 많이 사줄게.” 둘만의 약속(거래)가 생기기도 하고, “공주 스티커/비행기를 친구들이 많이 사니까...” 공동체의 요구에 민감해지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상황과 정서를 따뜻하게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한림 유치원에서의 마지막 달빛 음악회를 앞두고 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를 생각해봅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고, 무엇을 들려주고 싶은 지 의견을 모아봅니다.
“담쟁이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너무 멋지니까.” “근데 담쟁이는 다른 동생들도 다 보잖아.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맞아. 담쟁이는 예쁘지만 우리 모두 꺼니까 우리만 할 수 있는 걸로 하면 좋겠는데...”
고민 끝에 추려진 아이디어 중 투표를 통해 “팔거천, 산책”과 “이야기 짓기”를 노래하기로 합니다. 한 해 내내 유치원 근처에서부터 팔거천에 이르기까지 함께 걸었던 길과 최근에 힘을 모아 만든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무척 가치롭게 느껴진 듯 합니다.
햇살반이 들려드릴 노래를 기대해주세요.